소계동에  스며들다(permeate into Sogye)

천주산을 등지고 경사 지형에 자리 잡은 소계동은 주로 2~5층 중 밀도의 주거 건물 위주로 채워져 있다. 인접한 남해 고속도로와 경전선의 거대 교통 흐름으로 시내와 단절되어 활력을 잃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노후 지역의 도시 재생 사업은 재개발, 재건축 방식의 대 단위 개발의 폐해를 방지하고 원주민의 거주 조건을 향상 시키는 지속 가능한 개발 방식을 지향한다. 두 종류의 도시 정비 방식의 차이는 기존 도시 조직(urban fabric)의 유지에 대한 태도이다. 또한 주민 주도의 소프트웨어(프로그램) 운영 방식도 차이가 있다.

다함께 어울림센터는 ‘노리마당’, ‘창의의 숲’과 더불어 소계지구 도시재생 사업의 주요 하드웨어 중 하나다. 후자가 부족한 공원, 주차장, 어린이 놀이공간 요구에 대한 대응이라면 전자는 주민들의 식음, 건강, 여가에 대한 소프트웨어로 작동된다. 맞춤형 마을 인프라 재건사업,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활기를 잃어가는 원도심의 매력을 돋우기 위해서는 기존의 도시적 맥락을 고려하여 주민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지역 거점공간 조성전략이 필요하다.

가로와의 접속(connect to the streets)

대지는 위, 아래 2미터 이상 차이나는 경사지형이며 북, 동 측 8미터 폭의 중심 생활가로가 교차하고 서 측 4미터 폭의 사잇길과 남 측 막다른 도로 등 4종류의 가로에 닿아있다. 가로가 건물 내, 외부와 접속되도록 출입구와 외부공간을 계획했다. 교차로에 위치한 쌈지광장이나 테라스는 사잇길(옛길)로 이어져 건물 주위로 순환할 수 있다.

4면에서 가능한 진입은 내부에 홀-복도 동선을 만든다. 중복도와 4면의 출입구는 도로에 둘러싸인 근린생활시설의 전형적인 동선 유형이다. 방문객들을 위층으로 원활하게 유입시키고 각 호실의 진입 및 서비스 동선을 만들기 위함이다. 그러나 대게 화장실은 개방되어 있지 않고 복도와 승강기 홀은 최소한의 폭만 가지며 건물 주변으로 머물 만한 장소가 없다.

다함께 어울림센터는 ‘공공’ 근린생활시설로서 1층의 화장실은 개방되고 각 층의 운영을 방해함이 없이 3층의 테라스와 정원으로 접근 가능하다. 1층 홀-복도의 폭에 변화가 있도록 조정하고 로비 벽면의 붉은 벽돌타일 마감, 내부로 개방된 카페의 전면유리와 공유주방의 벽돌타일 및 창을 통해 가로의 경험이 내부로 연속되도록 의도하였다.

근린 휴양시설(neighborhood resort)

리조트(resort)란 휴양시설로서 프랑스어 re-sortir(다시 나가다)에서 비롯되었다. 이 단어는 도움이나 지원을 받는 곳, 위안과 위로의 근원이란 뜻에서 사람들이 오락을 즐기는 장소로 확장되었다. 소계동의 중심에 위치한 까닭으로 아래쪽 시장인근까지 내려오지 않고도 오고 가며 커피를 마시고 음식을 시키거나, 운동, 노래, 댄스 등 신체 활동이 가능한 다함께 어울림 센터는 소계 주민의 리조트, ‘근린 휴양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여유로운 외부공간은 휴양시설에서 기대하는 덕목이다. 각 층마다 남측 외부 경계벽을 후퇴해 조성한 정원과 테라스는 외부 휴게공간으로 소계동의 도시 풍경에 자연스럽게 섞이며 시설 이용의 여유를 제공한다. 처마공간과 수직 루버는 반외부 공간의 풍성함과 빛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인상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저녁 무렵에 루버 및 3층 하부의 경관조명이 켜지면 공중에 부유하는 볼륨이 강조되며 도심휴양지의 경관을 연출하게 된다.